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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중 폭식증

나는 식이 장애가 있다.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때 많이 못먹겠다. 뭔가 불편하다. 밀가루 설탕 튀김 몸에 안좋은거 먹으면 안될 것 같아서 식사 메뉴를 제한하거나 양을 제한하거나 아예 식사 자리를 거절한다.

그러고 나서 혼자 있을 때 폭식한다. 말도 안되는 양을 혼자 다 먹는다. 몸에 안좋은 것을 때려먹는다. 베이커리와 편의점을 돌면서 사서 먹고, 다른 곳에서 사서 먹고, 또 다른 곳에서 사서 먹고를 반복한다.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비결은 굶기다. 그렇게 폭식하고 나서 한동안 절식한다. 24시간 굶은 건 정말 쉬운 일이다. 한 며칠을 500칼로리 내외로 섭취를 제한한다. 그것도 아주 “클린”한 음식들만 먹는다. 계란, 두유, 고기 등으로.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는다. 그러면 일단 양도 줄고, 칼로리도 줄고, 탄수화물도 없으니 몸에서 수분이 한번에 빠져나간다. 그러면 다시 폭식 전 몸무게로 복구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폭식한다. 음식 종류를 제한하니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칼로리를 제한했으니 몸이 에너지에 고파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그 이전보다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 폭식한다. 그러면 증량도 많이 될거다. 그러면 그 전보다 더 길게 단식하고 더 심하게 칼로리를 제한한다. 악순환이다.

이런 굴레를 5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

항상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타나진 않지만 언제나 적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 보니 음식에 있어 언제나 맘 편한 적이 없다. 사람들과 약속이 생기면 식단 걱정이 제일 앞선다. 여행을 가게 되면 식단 걱정이 제일이다. 출장을 가게 되면 식단 걱정이 제일이다. 명절에 가족들을 보게 되면 식단 걱정이 앞선다. 내 인생 모든 요소에 다이어트가 빠지지 않았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깟 살이 좀 찌면 어때서? 그러면 나는 못난 사람이 되는걸까? 나의 가치는 떨어지는 걸까? 내 자존감은 무너지는걸까?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 견고한 생각의 틀을 깨기가 정말 어렵다 살찌는게 너무 두렵다 공포스럽고 온 힘을 다해 막고 싶을 정도로 살찌고 싶지 않고 아름답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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